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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행에서 얻은 것 - 산업혁명 발상지 영국을 가다


by 류용효, 2018.9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 안데르센


30년차 두 남자의 여행 시작

 

행선지와 기간을 미리 정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자연을, 아들은 문명을 택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곳! 바로 영국이다. 축구와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해리포터의 숨결이 있는 곳.

“과거와 공존하는 현실문명, 축구, 미래, 그리고 마법과 같은 초자연을 만나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전에 구석구석 둘러 보고자 계획했다. 영국의 시작과 끝인 런던에서 미지의 세계처럼 보이는 스코틀랜드의 대자연까지…

아들의 위시리스트는 스탬퍼드 브리지(첼시 FC의 홈 구장)에서 본인의 우상을 만나는 것,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책과 영화에서 본 것들을 느껴보는 것, 런던에 오래 머물며 구석구석 돌아보는 것, 그리고 올드 트래퍼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를 가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스코틀랜드 양떼와의 만남도 추가… 본인의 진로와 그나마 연결고리를 가진 것.

몇번의 Revision을 거쳐 10박 12일의 여정이 완성되었다.

 

 

두 남자의 여행 목표

 

아들과 둘이서 10박 12일동안 9개 도시 총 100km를 걸으며, 기차 여행(총 20시간), 스코틀랜드 대자연 드라이브, 수상요트호텔에서 하룻밤, 럭셔리 호텔 1박, 공동욕실 호텔 등 다양한 경험을 하기, 미래 부자간 같이 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상, 안 가본 길을 둘이서 재미있게 지내다 오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내 마음 속에는 아직 아들이 귀여운 사춘기 악동으로 남아 있는데, 어느새 훌쩍 커서 성인이 되어 버렸다. 어린애 다루듯이 하면 어디로 튈지 모를 것 같은 분위기. 그래서 이번 여행은 3개월동안 철저(?)하게 구상하였다.

아들이 건넨 꼭 가 봐야 하는 코스는 스탬퍼드 브리지, 해리포터 스튜디오, 그리고 런던 오래 머물기, 양떼 보기였다. 알고 보니 또래들이 제일 하고 싶은 거란다.

여행계획을 세울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아들에게 아빠랑 여행에 따라 나선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며칠도 아니고 10박 12일 그것도 아빠가 세워 놓은(순전히 아빠가 좋아하는) 루트를 따라 다닌다는 것이…

아들의 조건은 단 하나… “아빠. 기차, 호텔은 아빠가 정하고, 세부 일정은 내가 정할께~“

루트를 세우고 일정을 만들어 갈 때 머리 속에는 벌써 그곳을 몇 번씩 다녀왔다. 그렇게 해서 정해진 코스는 암스테르담 → 브뤼셀 → 런던, 옥스퍼드 → 에든버러 → 인버네스, 포트리 → 요크→ 맨체스터 → 프랑크푸르트였다. 매일 아침 8시 기상, 제일 늦은 기차 도착시간은 밤 11시 30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8시 기상… 매일 호텔을 바꿔야 해야 하고, 매일 10Km를 걸어야 했다.

기차여행은 20시간으로 충분히 만끽하리라…
산업혁명의 원산지인 영국의 방문은 아들의 관심사 못지 않게 나에게도 흥미로웠다.
아직 한 번도 안가본 길을 둘이서 재미있게 해처 나가기. 10년 후 아들과 함께 할 미래 사업 구상 밑그림 그리기.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
- 마르셀 푸르스트


아빠는 왜 나를 안 믿어?

 

런던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하철을 탔는데, 아들은 복잡한 지하철 노선도를 보다가 반대로 탔다고 다음 역에서 내리자고 했다. 나는 제대로 가고 있다고 눈빛과 손짓으로 아들에게 지하철 노선도를 보라고 했고, 제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들은 잘못 탔다고 계속 내리자고 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음 역에서 내렸더니 아들이 버럭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른다. 아빠는 왜 자기 말을 믿지 못하냐고…(우리말로 했으니, 아무도 못 알아 들었을 것이다.)

그랬다. 비록 잘못 알고 가더라도 한 번 믿어 보라는 것이다.

나는 아들과 생각을 모아서 올바른 길을 가자는 것이었는데… 나도 아들의 행동에 사뭇 열이 올라오고 따라서 언성을 높였다.

“너나 나나 여기가 처음이잖아. 같이 생각을 모아서 가야지.”
“그래 네 맘대로 해!”

아들 생각은 좀 달랐던 모양이다. 한참 티격태격하다가 침묵이 흐르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아들이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다가왔다.

나는 반갑게 웃으면서 “아들아, 세상에는 O, X만 있는 것이 아니란다. 세모도 있다. 지금은 아빠랑 생각을 모아서 목적지로 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니. 지금까지 대학입시, 학교시험에 O, X만 존재했지만, 앞으로 나아갈 세상은 세모도 많으니까…”

이 날 중요한 것을 아들과 나누었다. 부자간의 의사소통 방법을… 큰 수확이다!
앞으로 아들의 자존심과 믿음을 지켜주기로…

 


아들과 아빠의 10년 프로젝트

 

아들에게 10년 후 아빠가 하고 싶은 일을 얘기했다. 그리고 아들의 의견을 조심히 물어 보았다. 아들도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아들이 해야 할 일들이 아들 머리 속에서 엄청난 속도로 계산 중임을 얼굴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아들이 미래에 하고 싶은 것도 물어보고 마음 속에 있는 얘기도 해 주었다. 아들에게 많은 얘기를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아들에게는 말보다 같이 세상을 부딪쳐보고 느껴보는 것이 더 중요함을 나 역시 잘 알고 있기에,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 온 것을 꾹 참았다.

앞으로 3년 주기로 아들과 이벤트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10년 프로젝트 점검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만과 편견

 

나는 아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그리고 아들에 대한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는지 여행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생각보다 괜찮은 청년으로 자란 모습에 여행 중 가슴이 뭉클해질 때도 있었다.

아들은 아빠를 때론 친구처럼 대해 줘서 고맙기도 하고, 아빠(아재) 대우를 안 해 줘서 섭섭할 때도 있었다. “아빠도 먹고 싶으면 사 먹어” 이럴 때… 나는 아들이 1+1을 사오기를 기대했지 말입니다. 

아들의 주량, 소주와 양고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그리고 물을 조금씩 마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영국에서 칵테일과 위스키 맛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듯… 위스키 맛은 런던 브리지 옆 숮불갈비 BBQ 식당에서 주문을 했다. 맛을 본 아들은 아직은 취향에 맞지 않은 듯…

 


축구에 대한 사랑

 

그저 한때 지나가는 흥미인 줄 알았다.

때마침 여행기간 중 러시아 월드컵 축구경기가 영국과 비슷한 시간대라서 가끔씩 주요경기를 볼 수 있었다. 영국으로 가기 전 브뤼셀 광장에서 우리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경기를 2시간 전부터 앉아서 식사와 맥주 한 잔 하면서 기다렸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로 가는 기차 안에서는 옆 자리에 앉은 영국 아가씨들로부터 승부차기 생중계를 들었다. 신기하게도 아들은 소곤소곤 얘기하는 소리를 다 알아듣는 듯…

챌시 구장을 투어하면서 느낀 아들은 삶에 일부가 되어 있는 듯했다. 구장을 투어한 후 선물코너에서 2018년 체육복을 골랐다. 정품이라 조금 비쌌으나, 한국에서 살 때보다 싸다는 명분 하에 여행 공금(엄마도 승인한 금액임)에서 축구복 한 벌을 샀다. 15파운드 주고 첼시 등 번호 4번인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새겼다. 아마도 평생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여행 마지막 전날 박지성 선수가 몸 담았던 올드 트래퍼드(맨유의 홈 구장)을 들렀다. 호텔은 올드 트래포드에서 10분 거리… 호텔로 가는 도중 8강 경기(영국과 스웨덴) 응원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TV에서나 보던 영국 축구팬들의 모습을 눈 앞에서 보며 지나갔다. 아들은 저기 들어가면 큰일난다고 호텔로 빨리 가자고 한다. 호텔에 와서 아들과 1층 로비에 마련된 TV에서 맥주를 마시며 느긋하게 보았다.

“인간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 세상을 여행하고 집에 돌아와서 그것을 발견한다.”
- 조지 무어

기차여행

영국 철도의 역사는 곧 철도의 역사 그 자체이다. 잉글랜드 남서단 콘월주 태생의 기술자였던 리처드 트래비딕 Richard Trevithick 1804년 웨일즈 남부의 마사티드빌에서 철물공장과 운하 사이에 화물열차를 투입하기 위해 증기기관차를 제작한다. 19세기 초, 영국에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증기기관이 발명된다. 흔히 증기기관의 아버지로 조지 스티븐슨 Geroge Stephenson을 꼽으며, 그가 1825년 스톡턴-달링턴 간에 운행한로코모션호는 세계 최초의 증기기관차로 알려져 있다. 19세기 말에 이르면 영국 전역의 철도회사는 몇 개의 대기업으로 정리된다. 이어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1에는 정부가 전국의 철도는 4개의 대기업으로 통합하는 법률을 가결시켜, 1923년 이후 일부 민간철도(런던과 지방도시의 지하철과 노면전차, 협궤철도 등)를 제외하고는 4개사로 통합 합병된다. (출처: http://station215.tistory.com/25 [국철역벤치])

영국에서 철도여행은 런던에서 에든버러(4시간 30), 에든버러에서 인버네스(3시간 30) , 인버네스에서 요크시까지(6시간 20) … 

철도의 백미는 맥주를 마시며 차장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카메라 셔터를 한없이 누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 또한 흥미롭다. 레일유럽 사이트에서 암스테르담-브뤼셀, 브뤼셀-런던 구간을 예약을 했는데, 영국 내 철도는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찾은 사이트가 Trainline . 영국내 기차를 예약할 수 있었다.

며칠을 계속 관찰하는 사이, 간혹 2등석 싼 열차표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AI가 알려준듯)

대부분 싼 2등석 좌석예약을 했는데, 막상 타고 보니 4인 자리였다.

런던 킹스크로스역에서 저녁 7시 출발, 에든버러 밤11 30분 도착 열차를 탔는데, 미모의 아가씨 두분이 뉴케슬까지 우리와 같은 자리에 동석했다. 나는 맥주를 하나 샀고, 두분은 준비한 맥주와 스카치 그리고 올리버 등 3시간 동안 끊임없이 술과 안주를 즐겼다. 때마침 월드컵 16강전(영국과 볼리비아)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승부차기도중에 승부차기 스코어는 두 아가씨에 의해 전달되었다. 결국 4-3으로 영국이 이기면서, 기차안은 환호성이 터졌다.

 

산업혁명의 시작과 끝 - 디지털 트윈


산업혁명의 시작이 왜 유럽 특히 영국에서 시작되었는지 궁금했다.

영국을 두루 돌아보니 조금은 알겠다.

영국을 대변하는 키워드가 뭘까

런던탑, 버킹검궁전의 근위대 열병식, 이층버스, 증기기관차, 해리포터, 프리미어리그 축구, 스코틀랜드의 대자연, 양떼, 낙농국

그리고 아시아에서 많이 부족했던 개인의 권리 인정과 보호, 주식과 채권 등 금융업의 발달, 자연과학 연구의 학문으로서의 독립과 체계화,특허 같은 지적 재산권 인정 등 사상의 발전

이런 것들이 모여서 1차 산업혁명으로 발전하여 소비재, 경공업, 면직물 공업 기계화, 증기기관, 제철공업이 발전하고 , 2차 산업혁명은 전자공학, 중화학 공업이 크게 발전하여, 형광등, 건전지, 모터(전동기) , 텔레비전, 자동차, 비행기, 합성고무, 화학비료, 에어컨, 세탁기, 환경오염 등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혁명으로 불리는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 인터넷, 인공위성의 발명으로 GPS, 스마트폰, CNC, 3D 프린터 등으로 1조달러 회사도 생겨났다. 3차 산업혁명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아마도 스마트폰이 사라질쯤이지 않을까미래 SF영화를 보면 스마트폰은 안보이고 스마트글래스와 음성인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곧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태동을 시작하는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으로 자동화와 연결성이 극대화되는 산업 환경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자율주행, 드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핀테크, 양자컴퓨터 등이 주요 부산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초일류 선진국인 영국을 본 느낌은 문화 컨텐츠와 낙농국이다.

마치 지상에는 자연과 옛 것만 있고, 모든 문명의 자취는 지하에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크시의 대장은 거위이다.

거위가 도로를 지나면 차량은 멈추고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주차장에 거위가 앉아서 꼼짝하지 않으면 거위를 피해서 차를 이동 시켜야 한다.

스코틀랜드의 기차여행은 단연 최고로 꼽힌다. 광활한 대지에 양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기차는 협곡을 지나 자연과 더불어 멋진 경관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스코틀랜드의 끝에 위치한 sky섬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길에서 만난 양떼는 훌륭한 모델이 되어주고, 그곳에 태어난 것이 축복과도 같아 보였다.

그 밑으로 흐르는 것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주요 건물과 문화는 옛 것을 지향하며, 그 속에서는 최첨단 전자장치들이 들어 있다.

드론을 날려 본들 문화와 자연이 없다면 무슨 흥미가 있을까.

자율주행도 사람존중(개인의 권리 인정과 보호)가 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물인터넷의 진정한 의미도 아나로그 장비에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이다.

영국을 방문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열광이다. 해리포터, 프리미리그, 양떼를 보러 온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4차 산업혁명이지 않을까.

진정한 디지털 트윈은 자연과 하나되는 것이 아닐까

해리포터의 마법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진정한 디지털 트윈의 힘이지 않을까 해서,

나도 아들따라 해리포터의 마법지팡이를 하나 장만했다. (아내에겐 아직까지 비밀이다J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 앤드류 매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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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용효 | 디원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EF소나타, XG그랜저 등 자동차 시트설계업무를 시작으로 16년 동안 SGI, 지멘스, 오라클, PTC 등 글로벌 IT 회사를 거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했으며, 다시 현장 중심의 본업으로 돌아가 고객과 함께 Value Design 항해 중이다.   블로그 | PLMIs.tistory.com

여행
영국

류용효 Yonghyo.ryu@gmail.com

출처 : 캐드앤그래픽스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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