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소유 를 읽고

"정상에 오른다는 것이 허망한 일인지도 모른다.

정상에 오른 사람일수록 바람을 더 거세게 맞아야 하니까.

천신만고 끝에 오른 사람이라면 그 허망함이 더할 것이다.

무엇이 되려고 살기보다는

어떻게 잘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과거를 따르지 말라. 미래를 바라지 말라.

한번 지나가버린 것은 이미 버려진 것. 그리고 미래는 아직 도달되지 않았다.

다만 오늘 해야 할 일에 부지런히 힘쓰라. 그 누가 내일 죽음이 닥칠 것을 알겠는가.

우리가 지금까지 얻어들은 좋은 말씀이 얼마나 많은가, 

그 좋은 말이 모자라 현재의 삶이 허술하단 말인가. 

남의 말에 검히면 자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게 되지.

더 큰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살아갈 것인지 어째서 남의 말에 팔려 남의 인생을 대신 살려고 하는가 " - 무소유 중에서 법정스님 어록

92년 대학 3학년때 장학금을 주던 모 자동차재단으로부터 법정스님의 저서를 선물받아서 법정스님을 알게 되었다.당시에는 너무 직설적인 표현과 해탈의 경지에 든 스님의 말씀을 귀기울이기에는 너무 젊었었다. 

  

세월이 흐른 지금 인터넷으로 무소유를 주문하고 내 손에 쥐어 졌을때, 순간 두가지의 무소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첫장, 둘째장을 읽으면서 나는 책 속으로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법정스님께서 느낀 삶과 정신세계에서 우러나온 내용들로 책 속에는 가득찼는데, 

정작 법정스님에 대한 책은 접하지 못했다. 

무소유를 읽으면서 시대의 풍랑을 속에 고뇌와 아픔을 견디어 낸 스님의 일면목은 보지 못하고 오직 그 분이남긴 책들과 언론에서 나온 기사를 통해서 알았을 뿐이다. 

법정스님의 어린 시절, 청년기 그리고 스님이 되기까지 ...

그리고 숱한 시대적 아픔속에서  고통을 함께 해 오면서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고 그것만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린다. 

이 책은 법정스님의 자서전이나 진배없어서 개인적으로 책을 접하면서 빠져들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내의 고향에 있고 어린 시절 나의 가치관에 깊숙히 뿌리박고 있는 해인사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에 대한 얘기도 흥미를 느낀다. 

625때 하마트면 재더미로 바뀔뻔 했는데,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의 행동으로 폭격하지 않아서 오늘날 후세에게 남겨준 커다란 유산이 되었다.

법정스님의 스승이신 효봉스님도 팔만대장경을 지킨 분 중의 한분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무라 무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는 뜻

이 책은 법정스님에게서 법명을 받은 정찬주 무엄 거사가 "소설 무소유"로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한편의 드라마와 같이 써 내려갔다. 이 책을 읽고 눈을 감으면 쌍계사 탑전, 송광사 불일암, 해인사,  수류산방 , 길상사, 다래헌 등 스님이 스쳐간 길목에서 스님의 발차취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송광사 불임암에 올라 스님께서 만드신 그리고 지금은 그 제자분이 만든 "빠삐용 의자"에 앉아서 세상을 내려다 볼 참이다.  

사실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어떻게 이 책한권 읽었다고 해서 깨달을 수 있겠는가. 

다만, 스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실려고 하시는지는 조금 알것만 같다.

무소유... 

그것은 자신의 소신과 판단대로 살아가고, 

오늘 해야 할 일에 부지런히 힘쓰라 ! 

책 속에서 효봉스님의 가르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책 속의 내용이란 남의 것이다. 술이 아니라 술 찌꺼기다. 

니 것을 가져야 한다. 니 것을 채우는 대는 참선이 제일이다. " 

- 효봉스님이 법정스님께 하신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