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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쪽지… 디자인 워커 스토리텔링 Chapter 3 - IT 워커로서의 새로운 도전 (2012.12월호, C&G 매거진)
PLM리스너 2012. 12. 9. 20:29쪽지… 디자인 워커 스토리텔링 Chapter 3 - IT 워커로서의 새로운 도전 | |||||
파워블로거 류용효의 PLM 라이프 스토리■ 류용효 / PTC코리아 Business Development 이사로, 이전에는 PLM 제품 컨설팅 및 R&D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하였으며, 한국실리콘그래픽스(SGI)에서 워크스테이션, Virtual Reality pre-sales 업무를, 성우오토모티브(현
다이모스)에서 EF소나타, XG 그랜저 시트설계를 수행한 바 있다. 고객에게 PLM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는데 피드백으로 복잡하다, 어렵다 그리고 정말 해야 할 지 의문이 간다라는 답변을 들을 때면 내가 이해가 부족해서, 설명을 잘 못해서, 아니면 정말 PLM이 어려운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에게 가끔 뭔가를 열심히 설명해 봅니다. 그러면 아내는 “뭐가 그렇게 복잡해. 좀 쉽게 설명해 줄 수 없어? 아직 당신이 회사에서 뭘 하는지 잘 모르겠어. 뭐 월급은 잘 들어오지만….” Chapter 10. 새로운 도전 IMF가 스쳐간 직후인 2000년 말.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우리 서울 갈까? 1년 365일 중 364일을 일하다시피 한 나를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아내는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 내 성격을 알고는 한 마디로 결론을 내주더군요. “Why not” 그리고 “So What” 이 한 마디로 인하여 나에게 얽혀 있던 수많은 끈들이 풀리긴 했지만, 아내는 내가 앞으로 뭘 할 지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알아서 잘하겠지…. 사실, 그동안 나의 정체성인 설계를 벗어나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새로운 모험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얼까.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나에게 던졌습니다. 그때 만일 내가 멘토와 같은 분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면, 아마 지금도 설계장이로 남아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존경하던 선배 분들을 회사로 모시고자 노력도 많이 했건만, 정작 내가 떠난다는 말을 차마 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갈고 닦은 지식들을 한 순간에 내려놓고 다른 것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몇 번이고 나를 다시 자꾸만 제자리에 멈추게 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설계의 문제점들과 시름하며, 희열과 좌절, 그리고 분노도 살짝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나는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죽도록 일하고 있나. 한 마디로 도피처가 나에겐 서서히 필요해졌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우여곡절 끝에 설계란 작업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 다가왔고, 마지막 회식을 하던 날 나도 모르게 선배를 붙잡고 목 놓아 많이 울기도 했습니다. 미래의 두려움과 나의 청춘을 투자한 과거를 남겨 두고 떠나는 아쉬움 때문에 말이죠. Chapter 11. 과거는 잊어라 IT 회사로 첫발을 딛은 곳은 Cray, Indigo, Onyx 등 그래픽 슈퍼컴퓨터와 가상현실로 유명한 실리콘그래픽스(SGI)였습니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SGI에 첫 출근하던 날,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IT 회사의 느낌과는 판이하게 달랐고, 외국계 회사라서 더욱더 그런 것 같았습니다. 직군 분류는 SE System Engineer. 즉 Pre-sales였습니다. 제조회사와는 다르게 개인적 업무수행을 중시하고, 누가 뭐 하는지 잘 모르겠고, 업무지시도 영문 메일로 각자에게 부여되기 때문에 첫 달은 영어와 전쟁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입사 2주가 지나갈 쯤 10% 감원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이게 뭐야…. 집사람은 회사 왜 옮겼냐고 난리였고, 조금 지나서 그 당시 외국계 회사가 주로 감원하는 방식은 위로금 주면서 내보내던 시절이라 장기 근속하신 분들이 줄서서 기다린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좋았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아내도 많이 발전하여 저 보다 한발 앞서 나갑니다. 당시 저의 주된 업무는 카티아 사용자를 위한 SGI 워크스테이션 기술지원과 워크스테이션 Selling 지원이었습니다. 워크스테이션을 필요로 하는 니즈를 발굴하고 워크스테이션 OS 설치 및 튜닝, 카티아 V4 설치 및 성능테스트, 사용상의 오류들을 리포팅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일이었지요. 현업에 있을 때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전화 한 통에 엔지니어가 달려와서 해결해 주곤 했는데, 이제 제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었죠. 사실 이제사 얘기 하지만, IBM 장비밖에 다루어 보지 않은 나로서는 SGI IRIX OS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장비 외관 및 로고만 본 것이 전부이다 보니, 간 크게 일을 치른 대가는 밤마다 공부하느라 몸과 마음 고생으로 돌아왔습니다. NO WAY without real experience! 그러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타 부서 후배 동료(류평수)의 조언을 듣고 귀가 번쩍 트였습니다. “형, 당분간 모든 데모 시스템의 OS를 모두 설치해 봐. 직접 해 보는 것이 최고의 선생님이야.” SGI IRIX는 OS CD가 10여장 구성 되어 있는데, 설치 중 질문에 Key in 하면서 선택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왜냐하면, 시스템 마다 다른 디바이스 사양별 옵션을 물어보는 것이죠. 한번, 두번, 세번째 OS 설치할 때까지는 주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알아야 할 것이 많아도 너무 많았죠. 그렇게 해서 장비 설치가 10번, 20번을 넘었을 무렵 자신감이란 것이 생겨나고, 나도 이제 여기서 버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평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Thank you Paul! 그렇게 좌충우돌 하면서 입사 한 달이 지나갈 즈음 문경새재로 회사 야유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주인장이 직접 담근 동동주와 파전이 주 메뉴였던 것으로 기억 납니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날 저는 광란의 밤을 보냈습니다. 막 입사했던 터라 막걸리를 주는 대로 먹었던 나는 나도 모르게 필름이 끊긴 상황에서 친한 팀 선배(찬석형)를 때리고 나서는 기절했다는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많이 도와주고 가르쳐 줬는데 배은망덕하게 말이죠. 미안해 찬돌형? 저는 그날 막걸리 두 잔 이후로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았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정말 엉망이 되었더군요. 이불이며 옷이며…. 그날 이후 유명세를 치뤄야 했습니다. 야 이제 찍혔어. 하지만, 덕분에 회사 동료들과 더욱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첫 고객은 현대모비스 마북리 연구소. 그 당시 시스템 담당을 맡고 있던 정중환씨는 나에게는 잊지 못할 고객이었습니다. 지금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그분은 매일매일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 저보다 더 많이 알았고, 문제점 재현을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온 문제인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런 고객을 만난 건 신의 축복이었죠. 이때부터 자존심을 집에다 두고 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6개월이 가까웠을 즈음, 자그마한 목표가 생겼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계기가 되는, 과거를 잊게 할 그 무엇이 말입니다. Chapter 12.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아라 당시 자동차 회사들은 카티아 V4에서 V5로 본격적인 검토가 진행되던 시기였고, V5로 DMU를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생소하게 여겨졌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나에게 다가왔고 그것은, BMW를 위해 개발했던 CATIA V5 Immersive Review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CATIAV 5 DMU VR기능으로 유사 탑재되었지만, 2001년 당시에는 SGI에서 Catia V5 DMU Navigator 기반으로 개발하였고, 유럽 일부 자동차회사에서 도입 적용 중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그 당시 CAVE를 도입하면서 이 솔루션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해 겨울, 우여골절 끝에 독일 엔지니어를 초청하게 되어 CAVE에 직접 시연을 해 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예전 일하던 곳으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는 설레임과, 카티아, 그리고 설계/디자인 데이터를 VR로 표현하는 것에서 내가 가지고 있던 설계 경험을 극대화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거의 모든 생각을 여기에 집중하고 어떻게 하면 이것을 잘 팔 수 있을지 많은 생각과 집착 수준으로 연구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나를 비켜가지 않았고, 어느새 나의 앞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아뿔싸… 솔루션의 성숙도와 가치로만 봐서는 최고였던 반면에, 판매 예상처는 너무 한정적이어서 판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후 본사로부터 유럽이외 지역에 판매 불가능이란 통보는 고객사에서 대실망으로 이어졌고 다른 VR 툴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이것만 바로 보던 나로서는 하늘만 쳐다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현재는 용도별 다양한 툴을 이용하여 디자인 품평에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현대자동차 CAVE 시스템 Presales 엔지니어로 전담 지원을 나가게 되었는데, CAVE 시스템 설치에서 TEST 과정을 보면서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시스템 오픈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시스템에 중대한 이슈가 생겼습니다. CAVE가 5면체에 영상을 뿌려주면 Immersive VR 기능으로 3차원 형상을 만들어 주는데 누른 띠가 두세 개 면으로 이어져서 나타나 관계자를 당혹하게 만들었습니다. 모두들 처음 보는 현상이라 긴급회의가 소집되었고, 하나하나 점검이 들어갔는데, 스크린, 프로젝터, 등등 SGI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남은 거라곤 SGI ONYX 그래픽 슈퍼컴과 Performer 란 소프트웨어…. 이 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문제점 파악을 위해 싱가폴에서 활동하는 VR 전문가를 불렀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반지의 제왕’ 그래픽을 일부 만든 유명한 전문가였습니다. 전문가는 역시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이 현상을 보고는 샘플예제인 황소 한 마리를 가지고 재현을 하였습니다. 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더 큰 감탄사는 당시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VR 장비 업체에 근무하던 친구에게 문제가 재현된 파일을 보냈고, 이 친구는 스탠퍼드 대학내 VR 센터에서 문제 파일을 돌려 본 다음 원인 분석을 하였는데, 3주 지난 즈음 결국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그 원인은 OpenGL 소스 결함으로 판명되었고, 너무나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정말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야호 원더풀 라이프! Chapter 13. IT 워커의 삶에 빠져 들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나의 삶을 180도 다르게 바꿔 놓았습니다. 열정이란 무엇인지 느끼게 해 주었고, 일 차원을 넘어서 취미생활로 발전되었습니다. 당시 SGI 서울사무실내에 VR 센터가 있었고, 고객사에 설치된 VR 장비들을 보면서 새로운 도전의식이 생겨났으며, 이후로 VR 렌더링을 만드는 것이 제일 재미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KAIST VR CAVE, 닛산(Nissan) VR 센터, EDS VR 센터, 포드(Ford) VR 센터를 방문하는 기회와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나의 경험은 훗날 닛산 디자인 센터에서 쟁쟁한 닛산 CAR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Ford Mondeo 차량데이터를 이용하여 라이브 시연을 하게 되었고,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또한 디트로이트 시 위에 위치한 Troy시에 있는 EDS VR 센터를 여러차례 방문하면서 GM에서 용역의뢰한 다양한 VR 시연들을 볼 수 있어서, 지식의 폭을 한층 넓혀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에어백 전개 프로그램, 모션 캡처 시뮬레이션, 1:1 형상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디자인 Tape 드로잉…. 지금의 실리콘 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은 10년 전만 해도 SGI 본사 건물이었습니다. 톡특한 컬러로 칠해져 있는 22개 빌딩은 옛날 SGI의 영광을 말해주었죠. 그러다 경영악화로 건물들을 매각하더니 그 많던 건물들의 주인이 모두 다 바뀌었죠. 그 당시 본사 건물에서는 이집트 스핑크스, 피랑미드 등을 가상현실로 만들어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화려한 색감, 현실같은 느낌… 그리고 대형 VR 센터에서는 원격지 협업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Chapter 14. 자존심 아침에 출근할 때 근심과 자존심은 집에 두고 나와라. 대신 열정과 욕심은 가지고 나와라. 비즈니스의 기본은 Give and Take. 둘 중 하나가 성립이 안되는 것은 비즈니스라기 보다는 일방적인 것으로 삶에 크게 도움이 되질 않더군요. 현재 아는 지식은 언젠가는 과거로 바뀌며 항상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도태됩니다. 하지만 경험만은 언제나 내 머리,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잘 해 줘야 합니다. 가족 이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나누는 직장 동료야 말로 내가 가장 아껴야 하는 보물이죠. 이것이 자존심이지 않을까요. 자기를 사랑하고 남을 아끼는 마음을 생각하던 어느날 내가 누군가로부터 얻은 지식을 남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서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계기는 매주 내가 만나고 명함을 주고받은 분들께 어떻게 하면 나를 좀 더 오래 기억해 줄 수 있는 방법이 뭔가 하고 궁리 끝에 매주 벌어진 나의 이야기를 나와 한 번이라도 만난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에게 매주 월요일 아침에 받아 볼 수 있도록 메일을 보내보자라고 시작한 것이 지금의 월요편지의 시작이었습니다. 다음 호에는 월요편지에 얽힌 사연과 IT 워커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오늘도 출근해서 내가 뭔가를 할일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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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류용효 yryu@PTC.com | |||||
출처 : CAD&Graphics 2012년 12월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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