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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얻은 것 세 번째  

“당신이 바라봐야만 그 물건은 그곳에 있는 것이다.”
- 티베트 속담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최근에 실린 ‘도요타는 왜 파워포인트(PPT)를 없앴을까?’가 눈에 띈다. 

“텍스트(글쓰기) 부재의 폐단을 극복한 것이다. 문제는 사내용이다. 대부분의 작성자들이 며칠 밤을 새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이른바 목을 매는 것이다. 파워포인트는 그 특성상 상대방에게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순화, 추상화시키려다 보니 화려한 치장과 ‘분칠’에 중점을 두는게 사실이다. 그러면서 핵심 내용은 빠지고 알맹이 없는 자료가 되고 만다.”(출처: Japanall.com 2019년 5월 23일자 인터넷 기사)

미래 R&D 프로세스에 대한 대응전략이란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과 다른 변화들은 무엇일까? 늘 익숙한 것들과 이별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닌가?
 
좀 더 얘기해 보기로 하자. 다시 PPT로 돌아가서, PPT를 줄여나가는 기업은 비단 도요타만이 아니다. 아직은 미국(링크드인, 아마존), 일본(도요타, 무인양품), 한국(현대카드, 두산그룹) 등 소수의 기업에서 PPT를 퇴출시켰지만, 필자가 30대 현업 실무를 하는 분과 얘기해 보니 본인이 임원이 되면 PPT를 쓰지 않을 거라고 한다. 이 얘기는 앞으로 15년쯤 뒤인 이분들이 임원으로 될 시기에는 PPT가 의미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원분들이 이해를 못해서 심플하게 간략하게 보고 해야 해서 PPT를 만드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은 니즈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신이 어떤 주제를 선택하든지간에, 그것에 생명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시각적 다양성을 부여해야 한다.” 
- 포터 필드

 

미래 R&D 프로세스 대응을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하는가

시각적 다양성, 즉 유연성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기업 측면에서 대응전략과 개인 측면 대응전략으로 생각해 보았다. 

기업 측면에서 대응전략은 많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의 트렌드인 디지털 데이터나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을 활용하여 미래에도 성장을 견인할 엔지니어링 측면의 제조기업의 궁극적 목표로 ‘오랜 경험/노하우와 ICT 기술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버추얼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통한 제품 성능 예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Future of Making’의 전략들도 고려하고 있는데, 미래 제조의 변화 즉 3D 프린팅 분야도 지속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기업 측면에서는 비교적 적절한 대응전략을 찾아가는 반면에, 개인 측면의 대응전략은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것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이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필자는 ‘시각적 다양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정보를 시각적 다양성을 고려하여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하고 싶다. 정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손에 익은 툴 하나쯤 갖고 시각적 다양성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역량’이야말로 개인 측면에서 갖추어야 하는 중요한 역량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주제들 사이의 관계 설명을 즉 상위에서 하위로 갈 때 관계가 읽히도록 연결할 것인가, 보다 자유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여러가지 생각을 무작위로 떠올려 놓고 서서히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

한 장의 메시지, 연결고리를 갖는 맵… 필자가 발견한 도구이자 업무에 무기가 될 수 있는 노하우는 ‘콘셉트맵’에 있다고 생각한다. 콘셉트맵은 디테일한 내용을 표현하면서 핵심 내용을 연결하고 파악하는데 효과적이다. 디테일과 핵심요약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데이터 분석 측면에서는 흔히 접하는 엑셀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기법을 익혀두면 이 또한 훌륭한 업무의 무기가 된다. 필자가 만나 본 엑셀 매크로 고수들의 역량은 갈수록 일취월장해 가고 있었다. 이들의 역량으로 기간 시스템에서 할 수 없는 엔지니어링의 가려운 곳을 잘 메워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글의 핵심 내용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 보는 것으로 테마를 잡았다. <그림 1>의 맵은 미래 R&D 대응 프로세스 전략이란 주제로 만든 것이다. 관점의 재검토를 통하여 기능 전개로 디테일까지 파고들면 비즈니스 가치를 발견한다는 맥락이다. 그리고 기업에서의 대응전략은 데이터로 보았다. 개인에서의 대응전략은 개인(People)의 역량으로 보았고, 궁극적으로 데이터와 개인이 연결(Connect)되는 것이 미래 R&D 프로세스의 핵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림 1. 미래 R&D 프로세스 대응전략(by 류용효)

 

미래 R&D 프로세스 대응전략 - 회사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 산업혁명 등의 혁신 대응전략으로 중견급 이상의 기업에서는 R&D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 최일선 엔지니어나 연구원의 반복적인 일상 업무나 팀 단위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업무 및 계산 등의 일을 시스템 모듈 형태로 세분화하고, 한달 이내에 개발하여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의 엔지니어링 툴 개발이 활발하다. 처음에는 심플한 기능들이 고려대상이었지만, 원리를 이해하고서는 현업에서 정교하고 복잡한 업무도 손쉽게 시스템을 만들어 사용하는 단계까지 발전하고 있다.

핵심은 개개인의 역량 즉 업무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IT가 가진 기술 특히 수치적 계산역량이 많은 도움을 주고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간 시스템인 PLM, ERP 등도 큰 몫을 하고 있고, 서로 협업을 하면서 ‘효율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통해 하나가 되는 전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특히 이런 엔지니어링 활동을 하다 보니 기준정보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기간 시스템 프로젝트를 할 때는 표준화가 주로 거론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팀별 및 개인별 주간업무 정리나 실업무지원은 반영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엔지니어링 활동은 이런 부분을 커버해 주기 때문에, 최일선 연구원들의 원 데이터(raw data)가 고스란히 엔지니어링 툴로 흡수되어 기업의 제품 개발 혁신이나 품질을 높이는데 AI 등의 기술과 시너지를 발휘하여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제품을 만들기 전에 성능 예측이 되는 미래 R&D 프로세스 전략은 디지털 트윈과 같은 버추얼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를 예측하기 위해서 시스템별 특성 설계를 통해서 제품 콘셉트별 최적 성능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로스트

 

손에 익은 툴 하나쯤 갖자

콘셉트맵, 마인드맵, 모델링 툴, 피시본 다이어그램, 디자인 싱킹, 데이터 분석(엑셀), 가치(Value)를 찾아내는 능력 등 다양하게 많다. 공통점은 손으로 그려보고 풀어보는 것에 있다. 특히 시작과 끝까지 포함하여 한 장의 맵으로 완성된 살아 있는 프로세스는 더할 나위 없이 업무의 무기가 된다.

 

미래 R&D 프로세스 대응전략 - 개인 

최근 들어 모델링 툴이 프로세스 영역으로 시도되고 있다. MBSE(Model Based System Engineering: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제일 앞 단에 있는 모델링 툴들이 R&D 프로세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추세이다. 기업의 R&D 프로세스를 파워포인트나 엑셀에서 꺼내 연결고리가 살아 있고, 프로세스 및 시스템 코드와 연결하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흔히 PI(Process Innovation) 컨설팅이나 ISP(Information Strategic Planning: 정보전략수립)를 하면 파워포인트에 업무별 프로세스를 그린다. 단위별 업무를 리뷰하기는 좋지만, A4 틀에 갇혀 있어서 어느 시스템에도 연결성을 가지고 있지 않고 문서로만 존재하게 된다.

최근에 제조기업에 컨설팅을 하면서 A4 틀에 갇힌 프로세스를 콘셉트맵으로 꺼내 보았다. 첫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세스간 연결시 기준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콘셉트맵을 벽에다 붙여 놓으니 현업분들이 지나가다 보시면서 한 마디들 하신다. 

“용도가 무엇인가? 표준이냐? 업무 협의용이냐?”
“프로세스는 A3로 여러 장 붙여서 보는 것이 이해하기 빠른데, 그래서 다음은?”
“콘셉트맵을 프로세스 표준으로 하려면 개정을 쉽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되는가?”
“비지오(Visio)로 그린 프로세스와 차이는?”
“와우, 회사 전체 프로세스가 한 장의 맵에 다 들어오네?”
“프로젝트할 때 개발자들이 업무를 이해하기 쉽겠네.”
“업무와 프로세스, 개발 스키마 등의 표현에서 헷갈릴 수 있겠어.”
“업무/프로세스 협의용으로 딱인데…”
“IT와 현업업무를 동등하게 협의할 수 있겠군.”

다양한 의견들을 내 놓았다. 기획에서부터 생산까지 프로세스를 연결하다 보니, 5미터는 족히 될 것 같다. 예전에 엑셀로로 프로세스를 많이 그리는데, 가로로 길게 많이 활용한다. 

콘셉트맵은 한두 사람이 잘 그리면 된다. 모든 사람들이 잘 활용하면 되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장점은 쉽게 수정할 수 있고, 위치와 연결고리를 바꿔가면서 안 보이던 뷰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급적 살아있는 연결고리를 가진 형태로 생각하는 것을 상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URL 링크도 붙일 수 있고, 첨부문서도 붙일 수 있다. 마우스를 위에다 올려놓으면 Hide Text가 화면에 나타난다. 그리고 무료 툴들이 많다. 생각의 틀을 깰 수 있는 도구로는 안성맞춤이다.

콘셉트맵은 개인 혹은 팀 단위로 작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콘셉트맵으로 PLM 프로젝트 코드까지 연결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며, PLM과 연결성을 가질 수 있는 No Magic과 같은 툴들은 미래 R&D 프로세스 대응전략으로 향후 각광을 받을 것 같다. 

“Perspective rethinking… 관점을 잘 보면 돈이 보인다. 발상의 전환… 그리고 디자인 싱킹. 관점 재검토(perspective rethinking)를 하면 비즈니스가치(business value)가 보이고 QFD(Quality Function Deployment)로 전개하여 디테일하게 내려가면 뭘 할지 무궁무진하다.” 
- 캐드앤그래픽스 2019년 5월호 ‘삶의 무기가 되는 철학’ 칼럼에서 

 

한 장의 서평맵 

일을 통해서 발전하여 작은 취미 하나가 생겼다. 그것은 ‘책 한 권을 읽고 난 후 한 장의 맵으로 요약 만들기’이다. 취미와 봉사 목적도 있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책을 정독하게 되고, 새로운 주제,신간들의 책을 보게 되고 다시 꺼꾸로 탈탈 털어서 기승전결을 연결시켜 본다. 정말 저자가 의도한 말하려고 하는 핵심내용은 뭔지, 내용의 연결성이나 진실이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롭다. 

첫 시작은 2017년 4차 산업혁명 관련 도서 중에 많이 알려진 ‘플랫폼 레볼루션’으로 부산 가덕도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시작되었다. 구글에서 ‘플랫폼 레볼루션’으로 검색하면 블로그에 있는 서평맵이 뜬다. ‘서평맵’으로 검색하면, 아직까진 필자가 유일한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는 좀 더 많이 쌓아 놓은 후에 생각하기로 한다. 좋은 점은 즐겁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더 좋은 점은 서평맵으로 만든 책은 신기하게도 책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비록 내가 쓴 책은 아니지만, 1시간 강의도 할 수 있을 자신감이 생긴다. 저자는 어떤 의도로, 어떤 메시지를 독자에게 던지는가… 서평맵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파악이 된다. 

콘셉트맵은 어디에 도움이 되는가. 첫 번째, 업무 프로세스 맵으로 R&D 프로세스의 허점을 찾아내고 메꾸는데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콘퍼런스/세미나 보고서 정리. 세 번째로, 지식노트… 나만의 뷰로 만든 맵… 이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네 번째, 한 권의 책을 읽고 한 장의 서평맵 만들기.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업무협의용 의사소통 수단으로 제격이다. 

 


표 1. 콘셉트맵, 마인드맵, 피시본 다이어그램의 비교 

 

■ 류용효

디원에서 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EF소나타, XG그랜저 등 자동차 시트설계업무를 시작으로 16년 동안 SGI, 지멘스, 오라클, PTC 등 글로벌 IT 회사를 거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했으며, 다시 현장 중심의 본업으로 돌아가 부족한 부분을 배움과 채움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려고 한다. (블로그)

 

원본 : 캐드엔그래픽스 2019년 7월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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