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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주권으로 다시 설계한 제조기업의 경영

류용효 (디원 상무 / 컨셉맵연구소)

 

프롤로그광교의 어느 여름 저녁

2026 7 24일 금요일 오후 5, 미래 모빌리티 셀럽 모임 '미모셀(MIMOCELL)' 7월 정모가 열렸다. 장소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 122, 최근 문을 연 '더핏(THE PIT)'이었다. 수원신갈 IC에서 5, 광교호수공원에서 10분 거리에 자리한 730평 규모의 이 공간은 자동차 튜닝 전문 제조사 네오테크가 만든 첫 번째 직영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1층과 지하 1층의 플래그십 튜닝 작업장에서는 슈퍼카부터 내수차까지 장착과 세팅, 정비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고 있었고, 쇼룸의 'PIT WALL' 너머로는 고객이 자기 차의 작업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카페와 미디어 라운지, 스파르코와 미니 GT가 입점한 MD, 파트너 기술 교육장까지제조에서 도매, 소매에 이르는 통합 경험이 한 장소에 구현되어 있었다.

'PIT'라는 이름은 F1 경주에서 경주차가 타이어를 교체하고 정비를 받는 그 피트에서 왔다. 기술력의 정점이자 세팅의 중심을 상징하는 이름이다. 이준명 대표는 이곳을 "매장이 아닌, 살아있는 레퍼런스(Reference Store)"라고 불렀다. 현장의 고객 목소리(VOC) R&D로 직결되는 기술 허브이자, 해외 바이어에게 "이렇게 운영하면 된다"를 실물로 보여주는 글로벌 확장의 실증 엔진이라는 것이다. 이날 저녁, 이 공간의 미디어 라운지에서 필자는 최근 몇 년간 들었던 그 어떤 디지털 전환 강연보다 강렬한 발표를 들었다.

 

주권을 소유한 제조 브랜드, 네오테크

네오테크는 2006 7월에 설립된 자동차 튜닝 1세대 기업이다. 경북 김천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50명의 직원이 자동차 애프터마켓용 서스펜션(코일오버)과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NF 시리즈), 스테빌라이저와 하체 링크류를 개발·생산한다. 부품 개발부터 생산, 품질 검증까지 직접 책임지는 국내 대표 퍼포먼스 섀시 전문 제조사다.

숫자가 이 회사의 궤적을 말해준다. 2025년 매출 101억 원(2024 96억 원), 2019년부터 2024년까지의 매출 성장률 398%, 전국 800개 이상의 파트너 튜닝샵·정비소 네트워크, 그리고 13개국 수출에 2025년 수출액 약 22억 원. 100억 규모의 중소기업이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홍콩, 중국 등으로 판로를 넓히며 자동차 튜닝의 세계적 브랜드로 커 나가고 있는 전형적인 강소기업이다.

이준명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네오테크의 정체성을 세 가지 '주권'으로 정리했다. 첫째, 브랜드 주권직접 판다. 자사몰과 직영점(THE PIT), 자체 미디어(GridZero)로 고객과 직접 연결되는, 딜러에 의존하지 않는 D2C 구조다. 둘째, 제조 주권직접 만든다. HMLV(다품종 소량) 커스터마이징 제조로 수백 개 차종에 대응하며, 튜닝을 넘어 모빌리티 OE와 방산 섀시까지 같은 공장에서 소화한다. 현대모비스, 오토노머스 A2Z와의 협력이 그 확장의 증거다. 셋째, 운영 주권직접 구축한다. 자체 개발한 MES와 그룹웨어, 그리고 AI 운영체계(AI-SAOS)로 외부 SaaS에 종속되지 않고 데이터·로직·프로세스를 모두 내부 자산으로 소유한다.

가업승계와 투자유치, 해외 개척을 차례로 이뤄내고 이제 수도권 광교에 깃발을 꽂은 이 회사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날 발표의 진짜 주제는 세 번째 주권, '운영 주권'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였다.

"여러분들의 회사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데이터입니까?"

발표의 첫 슬라이드가 스크린에 떠올랐을 때, 장내가 조용해졌다.

"여러분들의 회사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의 데이터입니까?"

이준명 대표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룹웨어, MES, ERP — 우리 회사의 데이터라고 믿고 있는 그 데이터는 사실 솔루션 업체의 서버에 있는, 업체를 통해서만 접근 가능한 '업체의 데이터'일 뿐이라는 것이다. 화면에는 NeoTech에서 각 솔루션 업체로 화살표가 뻗어나가고, 그 끝에 DATA가 매달려 있는 다이어그램이 그려져 있었다. 데이터의 주인이 회사가 아니라 솔루션이라는, 뒤집힌 구조의 시각화였다.

네오테크의 현실도 다르지 않았다. 근태·메일·전자결재는 다우오피스, 프로젝트 진행과 수주·업무공유는 플로우, 거래명세서와 회계는 이카운트, 생산 현장은 스마트팩토리 지원사업으로 구축한 세아소프트의 커스텀 MES, 그리고 '일부' 자료만 자체 NAS에 저장되어 있었다. 다섯 개의 시스템, 다섯 개의 데이터 섬이었다.

"이 다섯 시스템은 과연 융합될 수 있었을까요? 그렇다면 대기업은 왜 자사 시스템을 직접 개발할까요?"

버튼 하나만 옮겨도, API 하나만 요청해도 비용이 발생하고, 새로운 개발 요청은 수천만 원이 든다. 데이터는 각 솔루션 회사의 것이고, 결국 직원들이 각 시스템의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조합해 대표에게 보고하는 구조가 된다. 이 대표는 "네오테크도 마찬가지였습니다"라고 인정했다. SaaS 구독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종속의 구조를 이렇게 정면으로 짚어낸 발표를, 필자는 오랜만에 들었다.

2025 7, 첫 투자를 받은 후대표가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

전환점은 2025 7월에 찾아왔다. 네오테크가 첫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축하할 일이었지만, 그날부터 수시로 들어오는 질문과 보고 요청이 이 대표를 시험대에 올렸다.

거래처별 채권·채무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가. 채권 회수기간은 며칠인가. 평균 납기는 며칠이고, 제품별 납기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외주처의 입고 납기는 평균 얼마나 지연되고 있는가. 누가 회사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 그 사람이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이 대표의 고백은 솔직했다. "나는 모든 숫자를 '대략', '감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청중을 향해 물었다. "노트북 제출 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 대답할 수 있는 분 계십니까?"

이 질문 앞에서 자유로운 경영자가 몇이나 될까. 20년째 회사를 경영해 온 대표조차 투자자의 기본적인 질문에 즉답할 수 없는 상황이것이 시스템을 다섯 개나 쓰고 있는 중소기업의 실제 모습이었다. 문제는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라 데이터 흐름의 단절이었고, 더 근본적으로는 데이터 주권의 부재였다. 필자가 제조기업의 PLM·ERP 혁신 프로젝트 현장에서 늘 마주하는 문제의식과 정확히 같은 지점이었다. 도구는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흐르지 않고, 흐른다 해도 그 데이터의 주인이 내가 아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다시 설계하다네오테크의 AI-SAOS

여기서 이준명 대표가 택한 길이 이날 발표의 백미였다. 그는 솔루션 업체에 수천만 원짜리 커스터마이징을 요청하는 대신, AI와 함께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이날 강연의 제목 그대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으로 개발한 네오테크 그룹웨어·MES'였다.

바이브 코딩은 자연어로 의도를 전달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하고, 사람은 방향을 잡고 검증하며 빠르게 반복하는 개발 방식이다. 이 대표는 아이디어에서 서비스 구현까지의 실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는데, 그 결과물이 놀라웠다. 근태와 전자결재를 담는 그룹웨어, 김천 공장의 생산 현장을 담는 MES, 그리고 이들을 관통하는 AI 운영체계 'AI-SAOS'까지흩어져 있던 다섯 개의 데이터 섬이 네오테크 내부 자산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었다.

투자자의 질문에 ''이 아니라 데이터로 답하는 경영, 이 대표는 이것을 '눈에 보이는 경영', 투명경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 투명성은 내부 경영에 그치지 않는다. 13개국의 글로벌 바이어들과 함께 성장하려면 회사의 상태를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THE PIT라는 실증 매장과 자체 구축한 AI 운영체계는 그 신뢰의 인프라가 된다. 제조 강소기업이 브랜드 강화를 넘어 토탈 솔루션을 만들어 가는 것이것이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첫 단추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표를 들으며 필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기술 도입' '업무 혁신'의 차이였다. 많은 기업이 AI를 도입한다. 그러나 네오테크는 AI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AI로 자기 문제를 풀었다. 현대자동차의 국재창 책임연구원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아무리 바이브 코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해도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수준의 결과물을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기술을 단순히 도입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업무 혁신으로 연결한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는 소감이었다.

현장의 반향그리고 나눔으로 이어지는 혁신

발표가 끝난 뒤의 분위기는 감동과 놀라움, 그 자체였다. 매출 500억 규모 중소기업의 경영자문을 맡고 있는 김준완 컨설턴트는 MES ERP 때문에 방향을 잡지 못해 어려워하던 차에, 이 대표의 적극적인 열의와 구성원들의 오픈 마인드가 조화를 이루어 '눈에 보이는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며 좋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 모임을 주선한 에이스웍스 박승범 대표는 가업승계, 투자유치, 해외 개척에 이어 수도권 광교에 깃발을 꽂은 네오테크가 완전히 인상적이었다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화답했다.

필자 역시 질문을 많이 던진 참석자 중 하나였다. SaaS 구독 서비스가 갖는 구조적 어려움과, 그 속에서 네오테크만의 비장의 무기를 만들어 가는 여정니즈를 찾아 네오테크만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AI가 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었다. 이날 필자는 AI 기술로 기업의 구축 솔루션을 A부터 Z까지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고, 동시에 '사람이 미래인 이유'도 다시 확인했다. AI는 고민하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고, 왜 데이터 주권이 내게 없는지 의심하고, 그것을 되찾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네오테크는 그 고민을 시스템으로 녹여 실제로 적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더 감동적인 대목은 그다음이었다. 이준명 대표는 자신의 성과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누고 있었다. 이날의 발표 자체가 그 나눔의 실천이었다. 소매 매장이 생기면서 주 7일을 일하고, 세미나 당일에도 자정까지 고객을 응대하고 다음 날 아침 예약 차량 때문에 다시 출근하는 대표그러면서도 "많은 진심 어린 조언과 관심이 저뿐만 아니라 팀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며 함께 커 나가겠다는 그의 인사에서, 이 회사가 왜 젊고 강한지를 보았다.

에필로그현장에서 얻는 것

돌아오는 길에 이날의 발표를 곱씹었다. 네오테크가 던진 질문은 사실 모든 제조기업을 향한 것이다. 여러분의 회사입니까? 그렇다면 여러분의 데이터입니까?

디지털 전환의 담론은 흔히 '어떤 솔루션을 도입할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네오테크의 사례는 질문의 순서를 바꾸라고 말한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나의 문제는 무엇이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가'이다. 대기업은 오래전부터 자사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왔다. 이제 생성형 AI와 바이브 코딩의 시대가 열리면서, 그 길이 45명 규모의 중소기업에게도 열렸다. 수천만 원의 커스터마이징 견적서 앞에서 좌절하던 중소기업 대표가, AI를 파트너 삼아 자기 회사에 꼭 맞는 시스템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네오테크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의 문제 정의 능력, 구성원의 오픈 마인드, 그리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실행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방향만큼은 분명하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도구의 보유가 아니라 데이터 주권의 소유에서 나오고, 혁신은 기술의 도입이 아니라 문제의 해결에서 완성된다. "대표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준명 대표의 명제는, 그래서 튜닝 회사의 이야기를 넘어 이 시대 모든 경영자를 향한 화두로 남았다.

F1의 피트에서 경주차는 멈추는 것이 아니라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정비를 받는다. 광교의 THE PIT에서 필자는 한 강소기업이 데이터 주권이라는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글로벌 트랙으로 다시 출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신차를 뽑으면 꼭 이곳에 맡기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경정비를 넘어 차량의 상태를 살펴주는 '주치의' 같은 브랜드로 커 가기를 응원하며오리지널을 넘어서는 업그레이드(UPGRADE BEYOND THE ORIGINAL), 네오테크의 다음 랩(lap)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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