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 "2010년쯤 예측 힘든 급속한 변화 온다"
[중앙일보 2007-07-30 06: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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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표재용] 이건희(얼굴) 삼성 회장은 "2010년께엔 지금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급속한 변화가 온다"고 말했다.
'샌드위치론'으로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환기시켰던 이 회장은 27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마련된 '2007년 선진 제품 비교 전시회'를 둘러본 자리에서 미래의 불확실한 변혁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내가) 위기라고 말하는 것은 지금 당장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4~5년 뒤 밀려올 큰 변화에 대비하자는 것"이라며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과 부활하고 있는 일본 같은 주변 경제대국 틈새에 끼인 상황에선 더 이상 모방과 추종만으로는 급변하는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 회장이 변화 대응책으로 제시한 것이 '창조 경영'이다.
이 회장은 "지금부터 디자인.마케팅.연구개발(R&D) 등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인 경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에는 (삼성전자에) 선진기업이란 등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망망대해를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며 "삼성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여러 면에서 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부문은 금형, 사용자인터페이스(키보드나 디스플레이 등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해 주는 장치), 소프트웨어, 최종 마무리 작업 등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주문은 삼성이 모방자에서 시장 주도자로 변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창조경영'은 지난해 6월 말 이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보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창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그룹 경영의 화두로 처음 떠올랐다. 이 회장이 1993년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신경영' 선언에 비견되며 삼성은 물론 재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경영현장에서 창조경영 이념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전자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그룹 안팎에서 위기론이 제기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다. 창조경영이라는 그룹 경영 패러다임을 거듭 제시해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재 육성이나 혁신 제품 개발, 경영구조 재편 등 창조경영의 과제들이 앞으로 집중 추진될 전망이다.
표재용 기자 ▶표재용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pyog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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