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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컬럼은 캐드앤그래픽스 2021년 3월호에 실린 컬럼입니다.

 

현장에서 얻은 것, 첫 번째

 

“단 하나의 성능도 희생시키지 않겠다.” 
- 미쉐린 철학

 

미쉐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미쉐린은 트럭별 연료 소비량, 타이어 압력, 속도, 위치 등의 정보를 수집한 뒤 트럭업체에 타이어 교체 시기, 운전습관 개선사항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2013년 시작했다고 한다. 타이어 교체 주기가 15% 늘어나고, 100km당 2.5L의 연료가 절약된다는 소식에 차량 수십만대가 회원으로 등록했다.

새로운 사업모델이 성공하자, 미쉐린은 이런 선언을 했다. “우리는 더 이상 타이어 제조업체가 아니다. 디지털 서비스 업체다.”  미쉐린의 경영진은 “미쉐린의 모든 것을 디지털화할 것” 즉, 디지털 옷으로 갈아입겠다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디지털이 세상을 바꿀 것이며 이 흐름을 타지 못한 기업은 업종에 관계 없이 도태된다는 두려움과,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디지털에 맞게 시스템을 하나둘씩 바꿔나갔다. 인적 자원의 변화에도 신경 쓰는 부분의 사례로, 공장 직원들에게 디지털 시계를 지급해 시간대별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었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생산성도 향상되었고, 실수가 줄어들면서 품질이 좋아지는 등 비용과 실효성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미쉐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략, 지식플랫폼출판)’에서는 가치제안/ 
고객관계/핵심자원/핵심활동/핵심파트너/수익흐름을 중심으로 타이어 관리 노력 경감, 연료 절감을 통해 이익 증대, 관리에서 오는 스트레스 경감 등의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현재 일어나는 일을 히스토리(history)화 하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며, 모든 데이터는 히스토리가 딸려 나와야 한다.”

 

타이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맵

타이어 산업에서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타이어 회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변화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Tire DX Map’을 만들어 보았다.(그림 1) 타이어 회사에서 하는 일들은 보안사항이 많아서, 가급적 인터넷에 언급되었거나 외부에 발표된 자료에서 인용하였다. 

 

그림 1. Tire DX Map(by 류용효)

 

필자는 2017년 타이어 산업 컨설팅으로 발을 들이게 된 이후 4년 동안 컨설팅, 구축을 위한 분석/설계, 프로세스 사전분석,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한 신개념의 컨설팅에도 참여했다. 

필자가 느낀 타이어 업계 종사자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외유내강’이다. 기계·전자부분을 주로 보던 필자가 새롭게 접한 타이어는 필자의 상식을 많이 벗어나는 기술집약적 산물이다. 타이어는 운송수단에서 공중부양을 하지 않는 한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요소이다. 타이어는 자동차 산업에 분류되기도 하지만, 타이어 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원료부터 완성품까지 타이어 제조사에서 모두 만들어 내는 것이 타 산업과 다른 점이다. 타이어 산업은 철강산업과 유사한 성격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에서 볼 때 신차의 성능에서 타이어가 차지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타이어 산업의 엔드 투 엔드 프로세스는 복잡하고 다루어야 할 단계가 많아서, 한두 사람이 커버할 수 없다. 그리고 시뮬레이션 기법 연구가 많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시뮬레이션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타이어 샘플을 제작하기 전에 사전 예측을 통해서 쌓인 데이터를 AI기법으로 분석하고 성능예측을 하고자 하는 사례들이 미쉐린, 브리지스톤 등 글로벌 상위업체의 사례에서 언급되곤 한다. 또한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동으로 해석 모델을 만들어 실차 레벨에서 다양한 해석들을 수행한다.

특히 타이어는 젖은 노면의 수막현상(Hydroplaning)을 통해서 제동 거리 예측을 하는데, 타이어의 접지면적과 패턴 형상에 따라 물이 잘 빠져나가도록 하는 연구가 중요하다, 잘 설계된 패턴은 성능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디자인으로서 가치가 있다. 패턴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성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으며, 글로벌 지역에서 높은 타이어 순위에 랭킹이 되면 타이어 판매로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필자의 차량에는 2017년 당시 북미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고 가성비로 국내시장에 많이 알려진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지금은 성능이 몇 단계 더 향상된 사양으로 출시되었다고 하니, 교체시기를 고려해 보고 있다. 타이어 회사에서 컨설팅을 한 이후, 아침에 차를 탈 때 꼭 한 번씩 타이어와 인사를 나눈다. 타이어가 차량의 신발로서 중요하고, 타이어 회사가 타이어 제작에 들어가는 수많은 엔지니어의 연구집념과 테스트, 안정적인 품질기반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항상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차량에서 타이어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생활에 밀접한 타이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타이어의 특징과 역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좋아하는 직업을 택하면 평생 하루도 일하지 않아도 된다.” - 공자

 

타이어의 특징 

이번 호에서 소개하는 타이어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들은 자동차 제조업체 웹사이트, 언론 보도,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 발췌하여 요약하였다.

타이어의 수명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제조일로부터 10년이 된 타이어를 교체하지 않았다면 예방 차원에서 새 타이어로 교체할 것이 권장된다. 겉모습이 멀쩡하고 트레드 마모 한계선 이하로 마모되지 않아도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운전 습관으로는 가속, 급발진 및 급제동, 손상이 있는 도로에서의 주행, 핸들 조작 변화, 잡음/진동, 주기적 점검 불이행, 부적절한 공기압, 마모 및 손상, 얼라인먼트/로테이션 미시행, 손상 및 충격 후 지속적 사용, 타이어 휠발란스 미시행, 부적절한 타이어 보관 등이 타이어 수명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이다. 

타이어 밸브의 역할은 적절한 압력이 유지되도록 하고, 습기가 타이어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 준다. 밸브 캡은 특히 먼지 입자가 밸브를 막지 않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이어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가 주원료이지만, 고무의 결점을 보완하고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 다양한 화학 첨가물이 투입된다. 다양한 첨가물 중에 라면 스프처럼 꼭 필요한 물질이 바로 석유 정제 후에 나오는 검은 분말인 카본 블랙이다.

카본 블랙은 고무분자와 결합해서 내열성, 내마모성, 강성, 내노화성 등을 증대시켜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본 블랙 때문에 타이어는 검정색을 띠게 된다. 타이어는 평균 6개월 정도 지난 것이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타이어의 주재료인 고무와 카본, 스틸벨트, 원단, 화학제품이 서로 단단하게 결합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이어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매우 정교한 과정이 필요하고, 원료 혼합-정련-압출-압연-성형-가류-검사-출하 등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치게 된다. 자세한 타이어 제조 공정은 글로벌 기준으로 가장 최근 최신 설비를 갖춘 회사의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는 내용이니,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전문용어들이 많이 나오는데, 해당 홈페이지에서 설명과 동영상을 참조해서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어떻게 쓰임 받을 것인가를 생각하라.” - 오프라 윈프리

 

타이어의 역사

‘타이어’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사용된 곳은 프랑스이며, 여러 개의 부품으로 나뉘어 있던 손수레나 마차의 바퀴를 하나로 묶어주는 링을 뜻하는 단어였다고 한다. 당시 타이어는 당긴다는 의미의 불어인 ‘tirer(티레)’로 표기되었고, 이 단어가 영국과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묶다’라는 뜻의 유사한 발음 ‘tie’와 비슷한 ‘타이어’가 된 것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최초의 고무 타이어는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가 고무의 탄성을 증가시키는 ‘고무경화법’을 발명하면서 만들어졌다. 본래 천연고무는 탄력성 고분자로 이뤄져 있어, 적당히 힘을 가해 잡아 늘리면 늘어나고 힘을 멈추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렇게 1844년 특허권을 따고 이를 실용화하려 했던 굿이어는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큰 빚을 지고 파산선고를 받은 뒤 감옥에 갇힌 채 1860년 쓸쓸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가 발명한 고무는 그의 아들에 의해 빛을 발하게 됐는데, 1903년 찰스 굿이어의 아들 찰스 굿이어 주니어는 자동차 바퀴 둘레에 아버지가 발명한 고무를 둘러 최초의 고무 타이어를 탄생시켰다.

고무재질로 된 최초의 타이어는 스코틀랜드의 톰슨(Robert William Thomson)에 의해 증기 자동차용으로 통나무를 쇠바퀴 표면에 붙인 구조로 개발되었고, 1848년 특허를 냈다고 알려져 있다. 공기압을 이용한 최초의 타이어는 1887년 스코틀랜드 수의사였던 던롭(John Boyd Dunlop)에 의해 만들어졌다. 던롭의 아들이 자전거를 탈 때 거친 길 때문에 생기는 두통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자전거 바퀴에 고무호스를 부착하고 두거운 캔버스지로 감싼 타이어를 자전거에 장착하여 시험 주행함으로써 탄생되었다. 

이 공기압 타이어(pneumatic tire)를 자동차용 타이어로 완성한 것은 프랑스의 미쉐린(Michelin) 형제였다. 1895년 파리~보르도간 자동차 경주에서 처음 이 타이어를 선보였고, 당시 사용하던 통나무 타이어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고 한다. 1958년에는 레이디얼(radial) 타이어가 개발되어 오늘날까지 그 구조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런플랫타이어(run-flat tire), 저연비 타이어(low fuel consumption tire)등 특수 목적용 타이어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및 일반화되고, 첨단제어장치와 연결해 운전자에게 타이어의 공기압을 체크해서 경고해 주는 시스템인 TPMS(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까지 적용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타이어 브랜드인 미쉐린, 던롭, 굿이어 등은 타이어의 역사를 통해서 자동차의 승차감, 안락함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음을 이해할 수 있다.  

타이어는 직접 지면과 맞닿은 상태에서 자동차의 하중과 충격을 흡수하며 달리고 서고 회전하는 등 드라이빙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다. 빗길을 달릴 때 물이 타이어 밖으로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수로를 열어야 하고, 조용한 음악이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소음을 튕겨내거나 흡수하기도 한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든, 생각하는 대로 될 것이다.”
- 헨리 포드 

넥스트 레벨

미래산업가치에서 타이어는 자동차가 공중부양해서 다니지 않는 한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공유 자동차, 전기 자동차가 나오면서 타이어도 거기에 맞춰 차량의 중량이나 중요시되는 성능 등에서 기존의 자동차와는 다른 기준들이 적용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안전과 더불어 가상 엔지니어링(virtual engineering)이 강화되고, 성능 예측이 최고의 화두가 되고 있다. 또한, 미쉐린은 타이어에 센서를 심어서 트럭 회사에 타이어 사용기간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신개념의 타이어 렌탈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타이어는 설비가 중요한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인 장치 산업과 서비스 산업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타이어 회사의 컨설팅에 참여한 이후 필자가 겪은 생활의 변화는 차를 탈 때마다 타이어에 인사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타이어는 첨단과학으로 만들어 낸 상품이며, 각종 제품/산업에서 필요한 20세기 아이디어 제품이다.

그리고 글로벌 타이어 회사들은 고성능 타이어를 개발하기 위해 시험과 해석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성능을 예측하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다. 그 기반에는 타이어 제품 정보(요구사항, 검토 데이터, 제품 개발 데이터, 시험 데이터, 생산 데이터, 품질 데이터)를 PLM에 통합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시뮬레이션을 한층 강화하여 실차시험 수준의 시뮬레이션을 연구하는데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미쉐린은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 스펙 검토에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치도록 업무를 프로세스화하였다고 한다. 하나의 타이어 스펙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수 십번 반복되면서 생성된 데이터는 고스란히 빅데이터 분석, AI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인자와 성능인자간의 연관관계를 통해서 샘플 제작에 반영된다. 

샘플을 시험하고 판정하는 과정에서 샘플 제작을 줄이려면 데이터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정확한 raw 데이터를 쌓는데 많은 노력과 투자를 기울이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중앙연구소를 양산에서 마곡으로 옮기면서 ‘넥센 유니버시티’라고 이름 붙였고, 1층 로비에 대형 4K 스크린으로 다양한 콘텐츠로 분위기를 연출하며 지역의 명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성공적인 혁신을 통해 서울로 연구소를 옮기고 유럽 시장 공략과 글로벌 도약을 꿈꾸는 타이어 업계의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같이 보조를 맞추며 그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성장 여정에 앞으로도 동행하며 질적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싶다.  언젠가는 ‘미쉐린처럼’이 아닌 ‘넥센처럼’ 될 날을 꿈꾸어 본다.

 

 

류용효

디원에서 상무로 근무하고 있다. EF소나타, XG그랜저 등 자동차 시트설계 업무를 시작으로 16년 동안 SGI, 지멘스, 오라클, PTC 등 글로벌 IT 회사를 거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했으며, 다시 현장 중심의 엔지니어링 서비스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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